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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요강 있는 여관

몇 번인인가 그 집 앞을 지나가면서 '여기서 한 번 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높은 담장에 감시 카메라가 주렁주렁 매달린 집도 아니고, 우람한 체격의 경비원이 있는 집도 아니다. 수영장이 달린 오성급 호텔도 아니고, 카프리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호화 유람선도 아니다.
 
숲속에 자리 잡은 산사와 같은 집. 기와집 문간채 지붕에 잡초가 자라고 있는 집. 무언가 낭만이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손님을 받는 여관이라 하지 않은가. 돈만 주면 들어가 잘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한 사람이 된 이후에는 불편함의 노파심 때문에 그 소망이 점점 엷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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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진가를 알아본 임권택 감독이 그 곳에서 <서편제>와 <천년학> 영화를 찍고 강호동이 <1박2일>을 촬영한 이후에는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휴가철에는 방을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 언감생심 꿈을 접었다. 하지만 꿈은 성취하라고 있다지 않은가. 이제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가 되어버린 '그 곳에서 하룻밤'을 위하여 더 늦기 전에 결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흥사 입구에 차를 들이대니 차단기가 꿈쩍하지 않는다. 관리하는 사람이 나와 출입 목적을 묻는다. 예약 문자를 보여주니 차단기가 올라간다. 서서히 미끄러지는 차창으로 피톤치드 향이 콧속을 파고든다.

좋다. 무조건 좋다. 이게 바로 회색 콘크리트 숲에 찌든 도시인에게 주는 청량제다. 주위를 살펴보니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하다. 터널을 이룬 숲길이 환상적이다. 잘 왔다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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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간채를 바라보니 지붕에 잡초가 무성하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숙박업소가 있었던가. 처음 보는 모습이다. 현판을 살펴보니 유선관(遊仙館))이라는 한자 이름표를 달고 있다. 신선이 유유자적 노니는 곳이란다. 그럴만도 하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아담한 정원 사이에 굴뚝이 유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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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하면 보물 제811호로 지정된 경복궁 아미산 굴뚝이 으뜸이다. 1869년 경복궁 중건 당시 경회루 연못을 파낸 흙으로 인조 산을 만들어 장대석으로 석축을 쌓고 6각형으로 쌓은 굴뚝이 장안의 명물로 떠올랐다 한다. 지금도 졸부들이 집 자랑을 하듯이 그 당시도 어쩌다 사대부가 된 탐관오리와 졸부들이 집자랑을 하기 위해 굴뚝을 높이 쌓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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