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엔 왜 여성들이 많을까
서울엔 꽃샘추위가 한창인데 유채꽃이 피었다기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역시 장관이다. 양지바른 곳부터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빨리 유채꽃이 피는 곳이 산방산 기슭이다. 남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춘풍이 꽃망울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설이 엊그제인데 벌써 피었다. 바람이 거세다. 꽃구경도 좋지만 잠시 숨고르기를 해야겠다. 전망 좋은 카페에...
View Article김무성에 빙의된 '재조지은' 유령
1592년 한반도에 전쟁이 터졌다. 조일전쟁이다. 헌데 조선의 사대부들은 임진왜란(亂)이라 격하했다. 감히 상국이 우리나라를 도와주러 와 피를 흘린 싸움인데 어찌 조선과 일본이 붙은 전쟁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쟁터가 된 한반도에서 조-명 연합군과 일본군이 맞부딪친 국제 전쟁인데 란(亂)이라 칭하면서 스스로 기었는지 모르겠다. 겸손도 과하면 보기에...
View Article200배 남는 장사, 이것이 '대박의 원조'
세계인들은 말합니다. 로마는 발 닿는 곳이 박물관이라고. 600년 도읍지 서울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후손들이 못나서 지키지 못하고 가꾸지 못해서 그렇지 서울은 곳곳이 문화유적지입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발표하여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유 교수는 최근에 발굴된 유적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 아닙니다. 독자들이 초등학교 때...
View Article메말라버린 덕수궁 금천교... 조선 왕궁의 현주소
월산대군 사저로만 알려진 덕수궁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버린 계유정난의 산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 초기,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있을 때 덕수궁 권역이 명례궁으로 불렸습니다. 그 표지석이 덕수궁 돌담 밖에 세워져 있습니다. 한데, '세조의 잠저는 니현에 있었다'라는 야사를 내세우며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야사에는...
View Article사도세자에 얽힌 이야기들
1762년 5월 역사가 연출한 막장드라마에서 영조는 악역을 연기한 배우다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난 영조는 출생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거기에다 경종 독살에 노론당에 코가 꿰여 연산이나 광해처럼 축출 위협과 암살 악몽에 시달렸다. 노이로제 상태에 빠져 있던 영조가 51세 연하 15살 신부를 맞아들여 젊은 몸을 통하여 회춘과 환생이라는 두 마리...
View Article무게 260kg 장기판, 한국 기네스감 아냐?
무게 260kg 장기판이 등장해 화제다. 일본에선 길이 54m 너비 33m에 이르는 장기판이 등장해 세인의 관심을 받은 바 있지만 그것은 운동장에 그려진 그림판이었다. 보통의 장기판에서 프로기사가 장기를 두면 운동장에 그려진 그림판에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해 프로기사가 말을 놓은 위치에 자동차를 이동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장기판은...
View Article늙은 창녀의 한탄 "누가 이 짓 좋아서 하나"
지하철 종로3가역. 1-3-5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이다. 1번 출구를 나서면 금빛 찬란한 보석가게가 있고 가판대 2개가 있다. 거기에 5분만 서있어 보시라.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놀다 가요." "쉬었다 가요." 한 두 명이 아니다.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대여섯 명이 몰려온다. "예?"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4만 원...
View Article조선판 '정운호게이트', 세종 때 있었다
'정운호게이트'가 세간의 화제다. 해외원정 도박사건에서 비롯한 폭행사건이 전관비리, 횡령, 탈세, 군납비리, 면세점 비리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한마디로 종합비리세트다. 마당발 정운호의 마당극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정운호의 장풍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백악산 아래 최고 권부로 날아갈 기세다. 구치소에 수감된 정운호가 면회 간 최유정 변호사의...
View Article사드 배치, 고려의 외교관 '서희'가 그립다
[기사 수정 : 7월 19일 오후 7시 26분] 사드배치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8일 국회를 찾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륙의 지각변동을...
View Article혜원 신윤복이 본 '떡검' 적발 순간
'주사거배'(酒肆擧盃)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제135호다. 국보로 지정된 그림이 이 한 장만이 아니라 혜원 신윤복이 남긴 풍속화 30장면을 엮은 도첩이며 '주사거배'는 그 중 하나의 그림이다. 주사거배라는 이름은 혜원 신윤복이 붙인 이름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그림이 돌아오자 후대 사람들이 그림에 붙여준 이름이다. 거배요호월 포옹...
View Article웅장한 왕릉은 그 왕의 위용에 따른 게 아니다
"서오릉에 누가 묻혀 있나요?"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대략난감하다. 분명, 서오릉에는 왕이 묻혀 있다. 그런데 누구냐고 묻는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려면 말이 길어지고 짧게 하려면 의사소통에 애를 먹는다. 서오릉에는 5기의 능과 2기의 원, 그리고 1기의 묘가 있는 왕릉권역이다....
View Article인왕산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던 '이것'
좌청룡 우백호라는 말이 있다. 풍수와 도참에서 쓰는 말이다. 서울의 좌청룡은 낙산이고 우백호는 인왕산이다. 실제로 인왕산엔 호랑이가 많았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호랑이가 출몰하여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양에서 개성과 평양을 거쳐 대륙으로 가는 길에 무악재 고개가 있다. 현대사에는 미아리고개가 '한 많은 미아리 고개'로 각인돼 있지만...
View Article왜 갑자기 연산군이 생각나지?
조선 개국의 설계자 정도전은 군주의 자질항목 제1에 근면을 두었다. '부지런 하라'는 것이다. 개성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태조 이성계는 천도를 결심하고 한양에 새로운 도읍을 건설하라고 정도전에게 명했다. 3년여 공사 끝에 종묘사직과 경복궁을 완성하고 낙성식을 거행했다. 태조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물었다. "경복궁의 정전을 왜 근정전이라 이름...
View Article성조기와 십자가가 광화문에서 만났을 때
2017년 3월1일은 태극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1910년 국권을 빼앗긴 이 나라 백성들은 태극기를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기미년 3월1일엔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죄 하나만으로 왜경의 총칼에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는 출정에 앞서 태극기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맹세를 하고 거사 현장에...
View Article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영화 세 편
제22회 부산 국제영화제가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올해 상영 편수는 총 75개국 298편으로 예년과 비슷하다. 10일간 열리는 영화제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여성 감독이다. 이것이 영화팬들의 관심을 자극한다. 개막작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다리에 장애를 가진 여자가 있다. 그녀는 식물을 닮았다. 아니, 닮으려 한다....
View Article1637년 조선과 2017년 한국... 왜 소름끼칠까
1637년 1월. 12만 청나라 군사를 맞아 남한산성에서 항전하던 조선은 바람 앞의 등불(風前燈火)처럼 국채가 위태로웠다. 청나라 군사는 단순 군대가 아니었다. 귀신 잡는다는 팔기군이었다. 남한산성 행궁에 은거하던 인조는 청나라와 강화조약을 맺기 위해 밀사를 내려보냈다. 조선인 세작을 풀어 1만 3천여의 오합지졸로 꾸려진 조선군의 군세와 한 달분의 식량밖에...
View Article방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요강 있는 여관
몇 번인인가 그 집 앞을 지나가면서 '여기서 한 번 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높은 담장에 감시 카메라가 주렁주렁 매달린 집도 아니고, 우람한 체격의 경비원이 있는 집도 아니다. 수영장이 달린 오성급 호텔도 아니고, 카프리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호화 유람선도 아니다. 숲속에 자리 잡은 산사와 같은 집. 기와집 문간채 지붕에 잡초가 자라고...
View Article조선 왕족이 살던 집에서 하룻밤이라니
아파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라면 한옥 생활일 것이다. 하지만 주거 공간으로서 한옥은 만만치 않다. 소유와 관리에 적잖은 비용이 지불된다. 성냥갑 같은 회색 콘크리트를 벗어나고 싶은 도시인을 겨냥하여 목조 주택과 한옥이 한동안 붐을 이루었다. 북촌 한옥과 남산골 한옥은 구경만 할 뿐 직접 들어가 숙식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아쉬움을 메꿔주기 위하여...
View Article골목 곳곳에... 묘한 여운이 남는 도시
유렵 문명을 이야기할 때 광장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궐(闕)과 품계석이 박혀 있는 뜰에서 '아니되옵니다'를 읍소했지만 중세 유럽인들은 광장에서 정보를 생산했고 소비했다. 옳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을 버리기도 했지만 잘못된 정보도 포식했다. 그리고 그것을 공유했다. 때문에 정의가 바로 서기도 했지만 광기가 광장을 휩쓸기도 했다. 때론...
View Article홍어에도 '급'이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우리 음식 중에 홍어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도 드물다. 알싸한 그 맛에 '엄지척'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이 있다. 맛은 주관적이다.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느낌이 다르다'일 뿐이다. 홍어도 출신지가 있다. 국내산 중에도 흑산도산이 있는가 하면 대청도산이 있다. 수입산에도 칠레산이 있는가 하면, 알래스카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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