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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놓아 울고 싶은 절벽, 힐링폭포 '엉또'

제주에 가면 꼭 배알하는 곳이 있다.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냐고? 폭포다. 관광객이라면 천지연폭포나 정방폭포가 제격인데 공부하러 온 나그네에겐 이 폭포가 '딱'이다. 그렇다고 나이아가라나 이과수처럼 웅장한 모습을 떠올린다면 너무 멀리 나간 것이고 박연폭포처럼 로맨스를 연상한다면 허무하다. 폭포는 폭폰데 물이 없는 폭포다. '엉또' 폭포

 

제주에 가면 한국 사람이되 한국말을 못 알아듣고 한글세대이면서 한글 난독증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론 통역이 필요하고 해설이 필수다. '엉또'가 딱 그렇다. '엉'은 바위 그늘 집(Rock Shelter)을 의미하고 '또'는 입구를 의미한다. '바위 그늘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바위그늘로 들어가는데 웬 폭포?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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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건넜다. 메마른 개천에 굳어버린 용암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한라산이 폭발하던 화산시대. 흘러내린 용암이 바다로 흘러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굳어진 것이 제주 해변이다. 중 산간 지대에서 용암을 본다는 것은 행운이다.

 

폭포 입구에 들어섰다. 방부목으로 길을 다듬어 놓았다. 헐! 30여 년 전, 처음 찾았을 때. 난대림 사이에 동백꽃 피어 있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했는데... 있는 그대로 놔두면 안 되나? 새것으로 바꾸고 분칠하면 좋은 줄 아는데, 자연속의 인공구조물. 이건 자연보호가 아니라 자연훼손이다. 지자체의 근시안이 아쉽다.

 

폭포에 도착했다. 장쾌한 폭포수는 보이지 않고 밋밋한 절벽이다. 꼭 사기당한 기분이다. 폭포도 아닌 것이 폭포 행세를 하면서 사람을 유혹할 것만 같다.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시라. 이걸 누가 폭포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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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괴로웠을까? 그 자리에 그대로 평범하게 있고 싶었는데 폭포라는 이름을 붙여준 인간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폭포다.

 

자격도 없는 선조가 왕 노릇하면서 얼마나 고독했을까? 왕으로 밀어 올린 신하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능력도 안 되는 인조가 왕위에 올라 백성들의 조롱을 받았을 때 얼마나 괴로웠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정치가 오버랩 되는 것은 역사를 공부한 사람의 오만일까?

 

폭포엔 물은 내리지 않고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말라버린 물줄기에 상처받은 온몸을 드러내고 있다. 처연하다. 열아홉 처자가 알몸으로 서있는 것 같다. 비가 내려야 치부를 가릴 수 있는데 그것은 하늘이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비애. 한남대교 난간에 올라섰던 아버지의 참담함. 밀려오는 바닷물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어린 눈동자. 바다 속으로 잠기는 배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눈 눈 눈.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만큼 큰 슬픔은 없다.

 

어느 정신분석학자가 우리 인간에겐 '편집 분열적 자리'가 있다고 했다.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에어리어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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