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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신윤복이 본 '떡검' 적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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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거배'(酒肆擧盃)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제135호다. 국보로 지정된 그림이 이 한 장만이 아니라 혜원 신윤복이 남긴 풍속화 30장면을 엮은 도첩이며 '주사거배'는 그 중 하나의 그림이다.


주사거배라는 이름은 혜원 신윤복이 붙인 이름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그림이 돌아오자 후대 사람들이 그림에 붙여준 이름이다. 거배요호월 포옹 대청풍이라는 화제와 그림의 분위기를 파악해 이러한 이름을 지었을 진데, 작자 자신이 지은 이름이 아니라면 합리적 의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거배요호월 포옹 대청풍(擧盃邀皓月 抱瓮 對淸風)을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하다'라고 소극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하려거든'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다.

 

녹봉을 먹는 자들은 한 잔의 술을 마시더라도 하늘이 부끄럽지 않게 마시라는 뜻이다. 궁중화원이 됐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민중 속으로 뛰어든 혜원 신윤복의 비판 정신이 번뜩인다. 김영란법이 발효된 이 시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뇌물수수 현장을 혜원이 순간포착한 것


지금부터 확대경을 들이대고 그림을 살펴보자. 확대경이 없다면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자.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 양지에 있는 진달래는 시들어가고 응달에 있던 꽃이 화사하게 핀 것으로 보아 하순이다. 헌데, 화기애애해야 할 술자리가 경직돼 있다. 에로티시즘의 귀재 혜원 신윤복 특유의 기생을 희롱하는 장면도 없고, 풍악과 가무가 질펀한 술자리도 아니다. 화명(?名)처럼 '거하게 술잔을 들어라'가 아니라 뭐 집어먹은 얼굴들이다. 딱 걸린 것이다.


"꼼짝하지 마라"는 불호령에 국자를 든 주모의 손도 멈췄고, 왼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안주를 집은 척 하던 붉은색 단령에 노란 초립을 쓴 무예청 별감의 손도 멈춰 섰다. 별감의 오른손에 봉투를 쥐어주던 운종가 장사치의 손도 얼어붙었고 무릎이 꺾어졌다. 의금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할 일을 생각하면 지릴만도 하다. 장사치라 표현했지만 산업혁명 이전 농업이 주산업이었던 그 시대. 운종가의 국전을 쥐락펴락했던 장사꾼이라면 오늘날 IT업계 CEO 못지않다.


영문을 모르는 중노미는 놀란 토끼처럼 등채(지휘봉)를 든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진한 청색 바탕에 흰줄 무늬가 있는 까치등거리를 입은 의금부 나장이 낮술에 불콰한 얼굴로 변명을 해보지만 현장을 급습한 사나이는 들은 체도 안한다. 임금이 밀파한 감찰관이 사령을 대동하고 뇌물 수수현장을 급습한 것이다. 혜원이 감찰관의 얼굴은 안 보여줬지만 그 허리춤에 매달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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